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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게임 분석 및 리뷰

[게임 리뷰] 지그문트 시리즈 (To the Moon, Finding Paradise, Impostor Factory)

게임명: 투 더 문 (To the Moon)

개발사: Freebird Games

장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RPG Maker(쯔꾸르)

가격: 10,500원(정가) / 2,100(할인가)

 

게임명: 파인딩 파라다이스 (Finding Paradise)

개발사: Freebird Games

장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RPG Maker(쯔꾸르)

가격: 10,500원(정가) / 2,620(할인가)

 

게임명: 임포스터 팩토리 (Impostor Factory)

개발사: Freebird Games

장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RPG Maker(쯔꾸르)

가격: 10,500원(정가) / 6,820(할인가)

 

0.  RPG Maker(쯔꾸르, 알만툴)

2015년 전까지 대한민국 인디 게임 시장은 플래시 게임, RPG Maker(쯔꾸르, 알만툴) 게임이 대세였다. RPG Maker는 게임 개발 툴 중 낮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많은 인디게임 제작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애용했고, 그 결과 많은 결과물이 쏟아져 나왔다. 

 

툴의 한계점과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퀄리티, 속된 말로 똥겜들의 비중이 압도적이었으나, 걔 중에는 현재 인디게임들과 비교해보아도 밀리지 않는 명작도 간간히 등장하였다. 하지만 제작자의 허락 하에 이루어지는 무료 배포와 함께 불법 배포와 표절도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었기에, 많은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등을 돌리게 되며 쯔꾸르 시장은 자연스레 축소되었다.

 

쯔꾸르 명작들, 왼쪽부터 신비한 성의 헬렌, 마녀의 집, Ruina ~폐도의 이야기~

 

1. 그래서 뭐하는 게임인가?

RPG Maker 게임 툴을 기반으로 한 명작들을 보면 툴의 한계를 뛰어넘거나, 독보적인 게임성을 지닌 게임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그문트 시리즈는 자유도가 지극히 적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임에도 오로지 '스토리' 하나만으로 쯔꾸르 명작 대열에 합류하였다.

 

RPG Maker 모든 게임을 통틀어도 서사를 풀어내는 능력과 연출과 OST을 활용해 감정선을 다루는 능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물론 게임성을 강조하거나 가미하려는 시도가 매번 작품성을 해한다는 점에서, 게임을 그리 잘 만드는 회사는 아닌 듯하다. 스토리 자체를 배제하고 게임성만을 앞세운 어 버드 스토리(A Bird Story)만 플레이 하여도 내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nNEa2myNDOM 

For river, 투 더 문을 해본 이들이랑 OST만 들어도 파블로프의 개마냥 감정선이 자극된다.

 

2. 그저 감성적인 게임이 아니다.

게임의 구성과 진행방식

게임에 대해 더 이야기 하자면 세 작품 모두 하나의 세계관을 공유하고 그 중심에는 지그문트 사가 위치한다. *지그문트 사는 의뢰인의 무의식과 기억을 들여다본 뒤 조작하여, 의뢰인이 진정 원하는 소망을 구현하는 일을 한다.

※ 무의식의 권위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모티브

 

모두 의뢰인의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졌지만, 서사의 전개방식이 약간씩 다르다. To the Moon은 종이 비행기, 오리 너구리와 같은 오브젝트를 배치해두고, 후반부로 갈 수록 해당 오브젝트에 의미를 부여하며 내러티브를 전개하는 반면에, Finding Paradise는 오브젝트 하나하나에 내러티브를 담아내기 보단 인물과 대사를 이용한 전개가 주를 이룬다.

 

Impostor Facotry는 Finding Paradise와 같은 전개 방식을 가지나, 앞선 둘과는 달리 '에바 로잘린', '닐 와츠', '의뢰인'이 아닌 제 3자가 이야기를 주도한다. 무엇보다 진중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만을 고집했던 전작들과는 달리 초반부부터 '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주인공'을 전개하여 누구라도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철학적 논제

겉으로 보기엔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게임이라고 비추기 쉽다. 그러나 지그문트 시리즈는 철학적 요소가 사실상 본질이라 보아도 될 정도다.

 

예를 들어

본인의 의지로 진행하는 안락사는 생명윤리 관점에서 올바른가?

안락사를 진행하는 도중 발생한 변심은 어떻게 고려될 것인가?

자신의 기억, 다른 말로 뇌를 클라우드에 업로드한다면 그 둘을 같은 존재인가?

가짜 기억으로 만들어진 나는 이전과 같은 존재인가?

가짜 세계와 진짜 세계, 두 세계에서 비롯된 행복의 가치는 동일한가?

 

등 가치론적, 존재론적, 생명 윤리적, 다양한 철학적 논제들이 본 게임 시리즈에서 등장한다. 이 철학적 논제들은 시리즈를 진행함에 따라 서서히 부각되기 때문에, 시리즈 팬들에게 색 다른 구매 동기가 되어준다.

 

 

※ 스토리 스포일러

더보기

투 더 문(To the Moon)

의뢰인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던 의뢰인의 아내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불화가 있었다. 이 불화는 의뢰인에게 임종직전까지 놓지 못하는 미련이 되었기에, 지그문트 사에 자신의 소망을 이루어줄 것을 요청하였다.

 

지그문트 사 직원들이 알아본 바로 의뢰인과 부인 간의 불화는 트라우마로 인한 기억상실에서 비롯되었고, 의뢰인 부부는 같은 시간을 살아갔지만 서로가 다른 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내막을 알게된 '닐 와츠'와 '에바 로잘린'은 곧장 의뢰인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 꿈을 이루어주고,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바꿔준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선 의뢰인의 부인 '리버'와 끝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사별했다는 사실의뢰인만이 거짓 기억과 거짓 행복에 휩싸인채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투 더 문 미니소드(To the Moon - Minisode)

무슨 이유로 인해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는 것인지 몰라도 지그문트 사는 정의로운 기업으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투 더 문'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파인딩 파라다이스(Finding Paradise)

주인공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그문트사에 의뢰를 요청한다. '닐 와츠'와 '에바 로잘린'은 전작처럼 가짜 기억을 심어 목표를 달성하려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에게 매번 임무를 방해받는다. 

 

방해를 하던 이는 어릴 적 주인공의 조현병으로 만들어낸 가상 친구이자 의뢰인의 또 다른 인격 '페이'였다.

 

페이는 '의뢰인은 마음을 바꾸었으며' 지그문트 사가 하는 짓은 한 사람의 인생을 부정하는 짓, 즉, '지금까지 이뤄낸 것을 모두 부정하는 짓'이라 일갈한다. 결국 '페이'에게 설득당한 지그문트 사 직원들은 의뢰인의 꿈은 조현병으로 생겨난 인격에 의해 마무리 되게끔 내버려둔다. 아이러니하게도 의뢰인은 진짜 기억을 가지고서도 행복하게 생을 마감하였다.

 

이는 즉슨, 혼수상태에 빠진 의뢰인에게 가짜 기억을 심어주는 일은 의뢰인의 변심과 의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겉으로만 잘 포장된 위선이었으며, 가짜 기억을 심어 현실에서 쌓아올린 기억들의 가치를 부정하는 일임을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알려주는 셈이다. 에필로그에서 닐 와츠가 페이의 인격을 기기에 업로드하는 장면이 나온다.

 

 

임포스터 팩토리(Impostor Factory)

여기서 임포스터는 임포스터 증후군을 의미하는 듯하다.

 

주인공 퀸시는 파티에 참여하기 위해 어느 저택에 들어선다. 사용인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응접실에는 저택 주인부부와 린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엇다. 그러나 저택의 주인 부부는 퀸시를 인지하지 못했기에, 그 옆에 있던 린리와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후 혼자서 저택을 방황하는 퀸시는 주인 부부의 시체를 마주하고, 패닉에 빠진 퀸시는 손의 피를 씻어내기 위해 화장실로 향한다.

 

그러나 퀸시가 저택 메인홀로 다시 돌아왔을 땐 모든게 리셋되어 있었고, 사용인들과 주인 부부는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그를 맞이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그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쉬던 퀸시는 용의자로 지목받게 된다. 당황한 퀸시는 화장실로 도망친다. 그리고 혹여나 하는 마음에 손을 씻고 메인홀로 나오니 퀸시의 예상대로 상황은 리셋되어 있었다.

 

이후 '린리'라는 여인이 리셋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챈 퀸시는 린리에게 이 사실을 전달한다. 이후 린리를 데리고 화장실에 와서 손을 씻었으나, 린리는 사라지고 퀸시만이 저택에 덩그러니 남게 된다. 그리고 저택 곳곳에는 무수히 복제된 시체들이 즐비하였고, 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만난 린리는 '상황이 잘못되었다'라고만 말을 하며 퀸시를 어느 공간으로 보내버린다.

 

그 공간에서 마주한 것은 린리의 일생이었다. 사실 퀸시는 린리의 배우자였다. 서로를 사랑했지만, 린리는 가정보다는 일에 몰두하였기 때문에 둘 사이의 거리는 서서히 멀어지고 있었다.

 

헤인즈 재단의 투자를 바탕으로 만든 뇌 시뮬레이션을 시연하는 날, 담당자인 린리는 지각을 하여 동료가 대신 시연하게 되었는데, 담당자는 시연 도중 사망하게 된다. 사람이 죽은 것 따위, 기억을 작성하는 일 따위 사소하다고 주장하는 재단 측과 안정성과 윤리를 주장하는 투자자 측의 실랑이를 보고있던 린리는 회의감에 연구를 중단하게 된다.

 

이후 린리는 퀸시와 여행을 다니며 다시 관계를 회복하게 되었고, 그 둘 사이에는 아기가 생겨났다.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린리의 지병으로 인해 아이와 본인의 수술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린리는 아이를 택했고, 다행히도 아이는 무사히 태어났다. 그러나 지병을 물려받은 딸은 오래 살지 못했고, 린리는 절망한다.

 

린리는 아픈 기억을 잊기위해 연구에 몰두하였고, 퀸시와 소홀한 관계를 가진 채 많은 시간이 흘러버린다. 연구적 성과를 모두 이룬 린리는 퀸시와 사랑했던 자신을 그리워 하며 자신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가상세계를 만들어낸다.

 

퀸시는 린리가 만들어낸 가상세계의 인물, 또 다른 퀸시였던 셈이다. 모든 진실을 본 퀸시는 린리를 돕지만 알 수 없는 촉수괴물들이 갑작스레 가상 세계를 침공했고 세계는 무너져갔다. 이후 페이가 등장하여 퀸시와 린리를 유일한 안전지대인 달로 이동시켜 본 작품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진실을 알려준다 

 

린리마저 '현실 세계의 린리'가 죽기 전 업로드해놓은 기억 데이터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즉, 린리 자신과 린리의 세계 마저 가상세계 였다는 것을... 그리고 페이는 세계가 무너지는 원인이 무수히 많이 생성된 가상세계 탓이라 말하며 린리에게 유일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페이가 만든 가상세계에서 아이도 잃지 않고 퀸시도 잃지 않는 행복한 세계로 들어갈 것을. 페이는 가짜 세계에서 느끼는 행복이 의미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지만 퀸시의 설득에 함께 해피엔딩으로 걸어간다.

 

그리고 이마저도 닐 와츠가 엄마(린리)가 죽기 전 그녀가 업로드한 기억 데이터들을 시뮬레이션에 이용한 것임이 밝혀진다. 닐 와츠는 도와준 페이에게 감사를 표하며 현 상황을 '바벨의 도서관에서 한 권의 책을 뽑았을 때, 마침 내가 원하던 책이 나온 느낌'이라고 비유한다. 이후 화면이 점멸하면서 이상 증상이 시작되고, 투 더 문 미니소드에서 뿌려놓은 복선까지 등장하면서 닐 와츠의 세계마저 시뮬레이션일지 모른다는 암시를 주고 게임을 끝이 난다.

 

3. 최종 평가

스토리 하나 만으로 쯔꾸르 명작, 비주얼 노벨 명작 대열에 위치한 게임이다. 비주얼 노벨적 특성을 갖추어 한 편의 영화와 같은 경험을 선사하지만, 게임성은 그닥 좋지 못한 편이다.

※A Bird Story를 플레이 해보면 알겠지만 게임성은 민망할 정도로 부족하고, 미니게임이 삽입될 때마다 찬물을 끼얹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야기와 철학적 논제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그저 감성적이기만 한 작품이 아님을, 또, 플레이어로 하여금 많은 생각과 여운을 유도한 점도 본 시리즈만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개별 작품으로 보면 To the Moon, Finding Paraidse의 경우, 편안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시작부터 풀풀 풍기는 데다 흥미를 이끌만한 초반 주제, 기믹이 없어 아쉽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Impostor Factory의 경우 과학적 오류가 몇몇 있긴 하여도 초반 기믹이 우수하여 시리즈 중 가장 호불호가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Impostor Factory 자체만 구매하기엔 이전 작과 알게 모르게 연관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우선 할인 폭이 큰 To the Moon, Finding Paradise부터 차례대로 접할 것을 권한다.

 

 

가점 요인

+ 게임성이 부족하더라도 스토리만으로 압도

+ 첫 작품에서 제시한 철학적 논제를 이용하여 겉 뜻과 속 뜻을 동시에 전달함. 

 

감점 요인

- 게임성을 가미할 때마다 망가지는 작품성

- 게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A Bird Story'

- 느린 이동 속도와 의미없는 미니게임들이 자아내는 은근한 불편함

 

호불호 요소

-  To the Moon, Finding Paradise의 경우, 편안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지나치게 추구하여, 흥미로운 주제랄게 없어 뒷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지 못함.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요소

+ 도전과제가 1개라 완성주의자(Completionist)에겐 최고의 작품.

 

최종 평가 점수: 83.9 / 100